엔캐리 청산 데자뷰, 2024년 8월과 이번이 다른 점

엔화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코스피 투자자가 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24년 8월 5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8.77퍼센트 폭락했던 그 블랙먼데이의 진짜 방아쇠가 바로 엔화였습니다. 이번에 미국과 일본이 28년 만에 함께 엔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이유입니다.


40년 만의 엔저에 나온 긴급 처방

일본 재무성은 지난 3일 지난달 31일 미 재무부와 공조해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달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1986년 이후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개입 규모를 6조에서 7조엔, 원화로 약 55조에서 64조원 규모로 추산했습니다. 이 발표 이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3일 기준 155엔대까지 내려오며 일주일 새 8엔 넘게 하락했습니다. 엔화 강세로 돌아선 겁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를 사들인 건 1998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는 엔화가 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동아시아 경제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매입이었습니다. 반대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지나친 엔고를 해소하려고 엔화를 대규모로 매도했던 적도 있습니다. 개입의 방향이 상황에 따라 정반대로 바뀌어온 셈입니다.

데자뷔로 본 차이점


2024년 8월과 지금, 무엇이 닮았고 다른가

국제 금융가가 이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2024년 8월의 기억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은행이 7월 31일 기준금리를 0에서 0.1퍼센트에서 0.25퍼센트로 올리자 엔화가 7개월 만에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고,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제히 청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샴의 법칙까지 발동했고, 그 결과 8월 5일 닛케이평균은 12.4퍼센트 폭락, 코스피는 장중 10퍼센트 넘게 밀리다 8.77퍼센트 폭락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번에도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75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올렸고, 2025년 1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 인상으로 31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9월부터 추가 인상을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가 겹치는 국면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구분 2024년 8월 2026년 8월 현재
일본은행 금리 정책 0.25퍼센트로 전격 인상 1퍼센트, 9월 추가 인상 시사
미국 정책 태도 개입 없이 시장에 맡김 일본과 공동 매입 개입
엔캐리 청산 속도 급격, 예고 없이 진행 완만한 청산 유도 시도 중
국내 증시 영향 코스피 하루 8.77퍼센트 폭락 현재까지는 직접적 급락 신호 없음


미국도 급격한 청산은 원하지 않는다

이번 개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의 태도입니다. 엔캐리 청산은 결국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지고, 일본 자금이 미 국채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장기금리가 오릅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년물 국채금리에 연동돼 있는데,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5.27퍼센트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는 반드시 피해야 할 변수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미 국채를 직접 처분하지 않고, 연준의 외국통화당국 레포를 통해 개입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리는 방식이라, 국채금리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엔화 절하만 막을 수 있습니다. 급격한 청산이 아니라 완만한 엔화 강세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원화와 코스피가 지켜봐야 할 신호

2024년 8월처럼 하루아침에 급락이 재현될지는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속도입니다. 당시는 예고 없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청산이 동시에 터졌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먼저 개입하며 청산 속도를 조절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의 9월 인상 확률이 익일물 금리스왑 시장에서 47퍼센트까지 올라온 점,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등이 인상 시점을 12월에서 9월과 10월로 앞당긴 점은 원화 환율과 국내 증시에도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통상 원화도 동반 강세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함께 일본 국채금리 흐름을 같이 확인해두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일본 재무성이 4일 실시한 10년 만기 국채 입찰이 1년여 만에 가장 부진했다는 점, 응찰률이 2.56배에 그쳤다는 점은 시장이 이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시장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이며, 실제 투자 판단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신중히 내리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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