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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설탕 과다사용세(이하 설탕세)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당류 과잉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이미 프랑스, 영국 등 4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인 설탕세 도입이 한국에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죠. 국민 건강 증진과 세수 확보라는 명분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 움직임에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 가격 인하 압박과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설탕세가 추가적인 원가 부담과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복잡한 쟁점들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설탕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리는 국민 건강 증진입니다.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36.6%에 달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18년 기준 11조 4,600억 원에 이릅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당류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설탕세는 당류가 과도하게 포함된 음료나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여 가격을 높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저당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행동경제학적 접근입니다. 이미 해외 120여 개국에서 도입하여 질병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강력한 배경이 됩니다. 세수 확보를 통한 건강 관련 재정 확충도 부가적인 이점이죠.
하지만 설탕세 논의는 현재의 경제 상황, 특히 고물가와 물가 안정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식품업계는 이미 원부자재,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설탕세가 더해지면 제품 원가 상승은 필연적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이는 정부가 최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물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까지 감시하겠다고 경고하는 상황과 모순을 일으킵니다. 한쪽에서는 물가를 잡으라고 압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가 인상 요인을 만드는 이중적인 정책 방향성에 기업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세금 부과는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비율로 적용되는 역진세적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식비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소비가 줄지 않고 세금 부담만 가중될 수 있습니다. 2011년 덴마크가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소비자 반발로 1년 만에 폐지한 선례는 세금 정책이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설탕세는 식품 제조사와 유통 전반에 걸쳐 매출 감소, 고용 축소 등 산업 위축의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원가 상승은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관련 산업 성장 둔화와 고용 감소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설탕세 도입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식품의 제조·유통 구조가 워낙 복잡하여 제품별로 설탕 함량을 세밀하게 산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세금을 부과하는 행정 절차가 매우 복잡해집니다.
제품 라인업이 많은 대형 제조사의 경우, 과세 기준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해외 OEM 제품까지 고려하면 과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조사, 납품업체, 유통 채널 간 책임 소재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징세’ 자체가 복잡하고 고비용의 행정력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비만 문제를 세금이라는 ‘규제’가 아닌 자율적인 시장 노력과 인식 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식품업계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미 국내 식품업계는 소비 트렌드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에 맞춰 제로 슈거, 저당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말 비만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세금 부과보다는 대체재(대체감미료)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고 진단합니다. 저당 음료가 이미 시중에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R&D 지원 등을 통해 건강한 대체재의 대중화를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규제가 아닌 혁신을 통해 건강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죠.
설탕세 논란은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물가 안정, 기업 경영이라는 경제적 현실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설탕세를 도입하거나 폐지하는 이분법적인 접근으로는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목표와 수단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가격 인상을 규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이라는 또 다른 인상 요인을 만드는 현 정책 기조는 기업의 숨통을 막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증세보다는, 식품업계의 자발적인 저당 제품 개발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국민 대상의 영양 교육 강화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설탕세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세수가 특정 계층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이 경제적 부담과 산업 위축을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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